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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서 나만의 가치를 만든다”…나를 위한 소비 ‘있어빌리티’ 시대2016-02-26 17:12:12
작성자 Level 10

■ 2016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읽다.



불황의 시대 똑똑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의 명성에 기대지 않는다. 제품을 사용할 때 경험하게 되는 품질이나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 디자이너 최복호씨가 스스로의 ‘창작공장’이라고 부르는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펀 앤 락(Fun & 樂)’의 내부 전경. 최씨는 소비자들의 독특하고 유별난 취향에 맞춘 다양한 패션, 홈패션, 인테리어, 레저의 문화 아이콘을 이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불황에 ‘스마트 컨슈머’로 진화 1’명품이 사회적 지위 대변” 옛말 브랜드보다 품질, 경험으로 선택 자신의 色입혀 품격있게 차별화
최복호 ‘다양한 패션문화 아이콘’ 에다소스 ‘예술품 재해석 상품화’ 앙디올 ‘스몰럭셔리’전략 주효


명품은 드물다. 그리고 비싸다. 그런 까닭에 갖기 어렵고, 어렵기 때문에 그 가치도 높다. 살기가 좋아진 탓인지, 욕망이 현실을 이긴 탓인지 거리마다 명품백을 든 여성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대중화된 명품백은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관심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들의 은밀한 취향’의 저자 김용섭씨는 “과거 우리가 해 온 명품 소비는 취향에 따른 명품 소비가 아닌 그 당시 가장 유명하다는 명품을 선택한 것”이라며 “이젠 자신의 주관과 안목을 중요시하는, 즉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전자, 샤오미, 에이수스. 이들의 공통점은? 브랜드 인지도가 거의 없던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소비자 선택이론의 권위자이자 스탠퍼드대 교수 이타마르 시몬슨은 ‘절대가치’라는 책을 통해 무엇이 소비자를 움직이는가에 대한 해답을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찾았다.

브랜드 이름, 가격, 과거의 사용경험 등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렸던 소비자들은 이제 상품의 절대 가치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린다. 제품을 사용할 때 경험하게 되는 품질이나 가치가 브랜드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리뷰 사이트와 쇼핑 애플리케이션, SNS를 활용하면 전문가 의견과 사용자 의견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제품에 대한 정보를 거의 완전하게 얻을 수 있는 완벽한 정보의 시대로 진입하게 되면, 전문가들만 제품의 절대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나고 브랜드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치의 시대’(브랜드)는 가고 ‘가치의 시대’(제품 경험)가 온 것이다.

◆내 인생에 립스틱을 칠해라

“싸움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뜬금없는 싸움 이야기다. 패션에서 출발해 가방, 스카프, 안경 등 패션 소품과 쿠션, 침장 등 홈컬렉션까지 하나의 콘셉트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패션디자이너 최복호씨. 역사상 유례없이 똑똑하고 유별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롱런하고 있는 비결을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많이 맞아봐야 합니다.” 그가 시도해 온 다양한 노력들이 결국 맷집을 키운 셈일까.

브랜드 ‘CHOIBOKO’를 패션에서 영역을 넓혀 패션과 문화를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토털 패션브랜드로 키워가고 있는 최씨를 지난 23일, 그가 스스로의 ‘창작공장’이라고 부르는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펀 앤 락(Fun & 樂)’에서 만났다.

“소비자들은 변했다”는 그는 “과거처럼 순진하지 않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만 해도 가격이 뜨는 세상이다. 불황을 지나오면서, 소비자들은 스마트 컨슈머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명품 또한 마찬가지. 명품이 사회적 지위를 대신해주던 시대는 지났다는 그는 “지금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직접 코디를 하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창조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반(半) 디자이너가 다 됐다”고 했다. “문화소비자들은 패션이 곧 옷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패션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떠올리고 있다”는 최씨는 이곳을 패션, 홈패션, 인테리어, 레저를 아우르는 문화아이콘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자신은 디자인과 기획을 하고 대구지역의 여러 관련 기업들이 생산에 참여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싶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소비를 즐기고 소비를 통해 자신을 보여주려 한다. 상품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담고, 그것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상품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가치)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트렌드에 맞서려면 ‘내 인생(상품)에 립스틱(자기 색)을 칠해야 한다.”

◆물건이 아니라 작품을 구매하다

복합문화공간 에다소소(청도군 각북면)의 이정언 대표는 이런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꿰뚫는다.

에다소소에서 제작·판매하는 제품은 독특하고 유일하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위해 이 대표가 선택한 것은 작가의 예술작품이다. 예술가의 영감을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하여 상품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독특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대량 생산된 흔해 빠진 대중품은 싫고 특색 없이 값만 비싼 명품에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품격 있고 차별화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예술작품의 상업적인 복제를 통해 가구, 침구, 옷, 생활용품 등에 가치를 더하고 있는 이 대표는 “브랜드의 명성에 기대어 무조건 값비싼 명품을 구입하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남들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소비를 한다. 일종의 소비자의 재발견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6년 대구 수성구 시지동에서 도자기 공방 마마즈핸즈를 창업한 이후 전국에 20여 개의 분점을 냈고 2012년에는 복합문화공간 에다소소를 열었다. 오는 4월에는 달서구 대곡동에 ‘아리크보’라는 아트상품 편집숍도 문을 열 예정이다. 작품을 제품으로 연결시켜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작가와의 소통도 만만찮은 일이고, 소량생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적정가격에 완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전국의 공장라인을 안 찾아 다닌 데가 없다”는 이 대표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손맛과 감성에 단골이 되는 고객이 아주 많다”고 설명했다.

◆패션에 예술을 더하다

이처럼 작가와 브랜드가 만나 가치를 높인 상품을 개발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대구지역의 중견 디자이너 김건이씨(앙디올 대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정언 대표가 패브릭과 도자기, 가구 등 생활용품에서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상업화를 추구했다면 김 대표는 패션 디자인 부문에서 꾸준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해오고 있다. 2008년 전통문양과 신윤복,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응용해 대구컬렉션 무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권유미 작가의 작품으로 파리 후즈넥스트 무대에 섰다. 2013년에는 유주희 작가의 작품을 컬래버레이션 한 작품을 대구패션페어에 출품해 큰 인기를 끌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옷에다 작품을 입히면 좀 더 특별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성품과 달리 흔치 않고 고급스러운 느낌에 흔쾌히 지갑을 여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과시의 방법이던 명품소비는 경제가 어려워진 데다 희소성마저 사라지면서 적은 돈으로 차별화된 기분을 누리는 스몰럭셔리 트렌드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희소성 없는 명품 브랜드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김 대표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특색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로 젊은 소비층이 이탈하면서 기존 명품 브랜드들이 예전처럼 전성기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